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제가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 인상깊었던 2권의 책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저희 집의 중2 아들과 초4 딸이 있답니다.  그래서 예사롭지 않게 읽은 책들 이예요. ㅎㅎ)

 

"중2병의 비밀", 그리고 "무기력의 비밀" 이라는 책들인데요, 모두 김현수 의사선생님께서 지은 책이고, 책 제목에 '비밀'이 들어가 있습니다.  (책 표지도 약간 비슷해요. 묵직해보이는 가방을 맨 아이 그림이 들어가 있습니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저자 김현수 선생님의 프로필을 인용해보면 아래와 같은데요, 저자 소개글을 읽고 나면 제가 길게 책의 내용을 소개하지 않아도 저자가 품어온 문제인식과 아이들과 함께하는 세상을 좀더 행복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저자가 밟아온 삶의 궤적이 책에 대한 신뢰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로서의 첫 발령지인 '소년교도소'에서 '문제행동은 심리적 구조 신호'라는 것을 느끼면서 정신의학을 지망했다.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한 이후 2001년 서울 봉천동에 '사는기쁨 신경정신과'와 지역주민상담센터 '빵과영혼'을 열었고, 이듬해에는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을 세워 지금까지 교장을 맡고 있다. 학업 중단, 가출, 비행,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한 청소년들의 어려움과 함께해 왔다.

  현장에서 다양한 아픈 아이들을 마난면서 '아이가 힘든 것이 단지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각성을 갖게 되어 부모 교육 지원뿐 아니라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의 정부 기관과 시민모임과 함께 활동해오기도 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아픈 아이들이 늘어가는 교실에서 선생님도 아프다.'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아이들도 행복하고 교사도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모색해 오기도 하였다.

  현재는 명지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장과 환자공감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는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으로 아픔을 함께 했다.

 

    - 출처 : 중2병의 비밀, 표지의 김현수 저자 소개 내용

 

 

 

 

중학생과는 말이 잘 안 통한다고 해서 부모나 선생님은 중학생을 가리켜 "외계인"이라고도 하고, 어디로 튈지 몰라서 "럭비공"이라고도 합니다.  교과서에서는 "사춘기" 시기를 가리켜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표현해놓았습니다.

 

학부모나 선생님도 분명 이런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왔기에 중학생 자녀를, 중학교 학생을 잘 이해할 법도 한데, 위와 같은 말이 요즘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쓰이는 걸 보면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요즘 애들 버릇없어"라는 말이 2천년 전이나, 요즘이나 계속 쓰이고 있듯이 말이죠...)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다 자녀를 좀더 잘 이해하고, 자녀와 소통하고, 자녀가 힘들어하는 것이 있다면 도와주고 지원해줄 수 있기를 바랄것이라고 봐요.  그런데 이때 '내가 사춘기 때에는 나는 안그랬던 것 같은데... 내가 살던 시절에는 안 그랬는데...' 이렇게 시작하면 아마도 한발짝도 진전을 보이기 힘들겁니다.  왜냐하면 학부모 세대가 살던 시절이랑 "요즘" 아이들이 사는 시대가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중2병의 비밀" 의 목차를 한번 찬찬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대략 이 책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구나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소위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려면 차분히 "요즘 아이들 설명서"를 가지고 공부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가 그동안 숱하게 "요즘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현장의 기록들이 담긴 책이라면 말이지요.

 

 



[ "중2병의 비밀" 목차 ]


1. 작은 가족이 주는 외로움 
    : 요즘 아이들은 형제 없이 사춘기를 겪어내야 한다.
 
2. 정서적 외로움
    : 마음을 놓치면 아이도 놓친다.
 
3. 자신감이 없을 때의 외로움
    : 집에서는 '왕자', 학교에서는 '엑스트라'
 
4. 잘하지 못할 때의 외로움
    : 15세의 위기, 벼락치기로 쫒아갈 수 없는 세상
 
5. 변화된 몸이 주는 외로움
    : 올라오는 성적 욕구, 누구와 이야기해야 하나요?
 
6. 적응 안 되는 몸이 주는 외로움
    : "몸이 근질근질한데 어쩌라고요!"
 
7. 존중받지 못할 때의 외로움
    : "제발 나만의 영역을 존중해주세요"
 
8. 세대 차이를 느낄 때의 외로움
    : 최고와 최선에 대한 시각 차이
 
9. 마음을 나눌 대상이 없을 때의 외로움
    : 관심은 Yes, 간섭은 NO!
 
10. 소속감이 없을 때의 외로움
    : "친구는 또 다른 나, 방해꾼이 아니에요"
 
11. 덜 자란 전두엽이 만드는 외로움
    : 문제행동 뒤에는 호르몬이 있다
 
12. 중2병은 잘못된 사회를 향한 아이들의 메시지입니다.


 

 

 

 

책 중간 중간에 삽화도 들어가 있고, "요즘"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보니 딱딱한 이론서를 보는 듯한 난해함이나 '이거 나랑은 상관없는데...'라는 괴리감은 느끼기 힘들거예요.

 

 

 

책이 대강당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한 내용처럼 구어체로 되어있다거나, 수강 중인 학부모로부터 질문을 받고 저자가 답변하는 대화체로 되어있는 부분도 있고 해서 쉽게 빨리 빨리 읽힙니다.  다만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아마 짐작컨데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우리 아이는 어떻지?  나는 우리 아이에게 어떻지?  음... 그동안 내가 이게 문제였나?  이걸 몰랐었네?  오늘 오후에 아이가 돌아오면 이렇게 얘기를 해볼까? 다음번에는 이렇게 해볼까? ...' 등 등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중2병의 비밀" 책은 "자녀가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이별을 시작한다는 것입니다"라는 프롤로그로 시작하며, "자녀가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것입니다"라는 에필로그로 끝납니다.

 

책의 목차에서도 보면 온통 '외로움'이라는 말로 도배가 되어 있는데요, 자녀가 중학생이 되면서 '이별'이 시작되는 와중에 자녀도 외롭고, 부모도 외롭고, 모두가 외로운 상황이 연출됩니다.  이 외로운 이별을 슬기롭게 대처하면 '새로운 만남'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중2병의 비밀"의 저자가 얘기해주는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을 높이기 위해 부모가 명심해야 할 자기점검 Tip"을 아래에 공유하오니 한번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은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인정하고 대해주어야 합니다.
  • 행동이나 과제를 점검하는 것보다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명심해주세요.
  • 아이들과 대화를 하려면 말하기보다 듣기가 먼저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 사춘기가 시작되면 부모의 기대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 아이의 문제가 크게 다가오면, 혹시 내가 문제를 너무 크게 보는 것은 아닌가도 점검해주세요.

                - 출처 : "중2병의 비밀", 김현수 지음, Denstory, 2015, p61

 

 


 

두번째 추천 책인 "무기력의 비밀"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저자 김현수 선생님이 요 몇년 들어서 가장 많이 강연 요청을 받는 주제 중의 하나가 바로 "무기력한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합니다.

 

신문 지상이나 방송, 책에도 보면 '3포 세대', '5포 세대', 'N포 세대'라는 말이 보통명사화 되어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혹시 자녀 중에 "나 좀 내버려 둬",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난 하고 싶은게 없어", "난 할 줄 아는게 하나도 없어", "몰라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가 있나요?  혹시 자녀가 학교에 가면 잠만 자고 오는 아이, 아니면 학교 가기 싫다고 하는 아이가 있나요?  그렇다면 "무기력의 비밀"이라는 책이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저자는 아이들의 무기력에 대해서 "이것은 비명이요, 무기력한 아이들의 침묵은 더 큰 마음의 목소리다. 희망 없음(hopeless)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태(helpless)임을, 자신을 포기하고 싶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무기력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비명을 지르고, SOS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거나 혹은 화내고 혼내기만 한다고 자녀가 바뀔거 같지는 않습니다.  저자는 아이들의 무기력을 응급상황에 비유하면서 "마음의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위급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한다고 해서 위급환자가 완전히 치유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그 위급환자는 자칫 죽음이나 치명상을 입게 되어 완치와 행복한 삶을 기약할 수 없게 되겠지요.

 

저자 역시 이 책에서 말하는 '역설과 긍정', '환대, 참여, 존중', '격려', '지원' 등의 방법이 무기력한 아이를 완전히 생기발랄하고 희망 가득한 아이도 돌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아이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존중해주면서 기다려주지 않으면, 너무 성급하게 아이가 변하기를 바라면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 구조적인 시스템'의 문제 또한 같이 고민을 해야 하고 '개인 차원, 가정 차원의 노력'과 함께 '사회적인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 구조적인 시스템의 문제와 해법에 대해서는 다른 책을 통해서 말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어찌 되었든 응급처치를 위한 "마음의 심폐소생술"이 꼭 필요한 것은 부정 못할 것입니다.

 

 

"무기력의 비밀" 목차를 한번 보시지요.

 



[ "무기력의 비밀" 목차 ]


Part 1. 무기력 시스템 이해하기


01. 무기력 상태 이해하기
02. 원인에 따라 나타나는 무기력 현상
03. 관점의 전환, 무기력의 숨은 의미
04. 무기력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1) 사회적 무기력
05. 무기력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2) 가정과 학교에서의 무기력
06. 무기력의 심리유형별 특징
07. 무능함을 보여주는 회피와 4가지 패러다임




Part 2. 무기력한 아이들 돕기 - 잠자는 거인을 깨우는 법


여는 글 : 한 번에 한 명씩 구출하기


01. 변화를 이끄는 마음의 심폐소생술 (1) 역설과 긍정
02. 변화를 이끄는 마음의 심폐소생술 (2) 환대, 참여, 존중
03. 무기력에서 벗어나 다시 살도록 돕기 - 격려
04.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유형별 방법
05. 무기력한 아이들을 돕는 지원 전략
    : 회복탄력성 발휘하도록 돕기
    : 관계를 통해 도약하기
    : 성취감이라는 기름 붓기


닫는 글 : 나는 내 삶을 마음껏 살아보았나?
 

 

 

 


 

사족을 덧붙이자면, 정지우 감독의 "4등" 이라는 영화도 위의 책들 "중2병의 비밀", "무기력의 비밀"과 함께 패키지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 포스터에 자그마하게 써진 부제목 "난 수영이 좋은데 꼭 1등만 해야 하나요?"가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아이들이 분면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이 있을 텐데요, 그걸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해보고, 찾아보고, 겪어보고, 시행착오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고 하는게 원래 누구나가 살면서 성장해나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일텐데요, 그걸 못 기다려주고, 못 믿어주고, 자녀가 해야 할 성장통을 부모가 대신 의사결정해주고 "내가 시키는 대로 나를 따르라"고만 하는게 요즘의 우리 세대의 부모들이 아닌가 싶어요.

 

 

 

 

 

영화 "4등", 요즘의 우리나라의 자녀 교육의 현실을 가감없이 서늘하게 묘사해놓기도 했고, 엄마와 주인공 아들이 주고 받는 대화, 엄마와 수영 코치의 대화, 엄마와 주인공 아들의 동생이 주는 받는 대화 속에서 많은 생각할 꺼리, 부모로서 자신을 돌아볼 꺼리를 주는 영화였습니다. (더 이상 내용을 쓰면 스포일러가 될 듯 하니 여기까지만... ^^;)

 

아무쪼록, 중학생 자녀를 두신 학부모라면 자녀를 좀 더 잘 이해하고, 그래서 자녀와 더 행복한 일상 꾸러나가는데 이번 포스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안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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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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