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휴가기간에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던 책 한권 추천하고자 합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저, 생각의길, 2015년.

 

한때는 장관이었고, 국회의원이자 정당의 정치인이기 했으며, 방송인이자 신문 칼럼리스트이기도 했던, 지금은 자신을 "지식소매상"이라고 하는 유시민씨를 잘 아실 것입니다.  TV 토론프로그램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유시민씨의 촌철살인 말은 "사이다"같은 느낌을 주곤 하지요.

 

그 유시민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쓰기 특강을 책에 풀어놓았습니다. 다른 책도 아니고 "글쓰기"에 대한 책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쓴다는게 보통 자신감이 아니면 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저자는 글쓰기가 타고난 재능이라기 보다는 훈련을 통해서 갈고 닦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말하기"와 "글쓰기"를 빼놓고는 성공적인 경제생활, 사회생활, 학창생활을 일궈나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서 좋아질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반갑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책 읽으면서 공감하고 유용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점들을 다시 한번 복기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이 책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이번 포스팅에서 몇 자 적어봅니다.

 

책은 첫번째 포문은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라", 그리고 "주장은 반드시 논중하라",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하라" 입니다.  속된 말로 "개취(개인취향)"라는 말도 있는데요, 취향가지고 논쟁을 시작하는한 100% 지게 되어있다는 점을 몇 가지 사례를 들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이 하는 말이 "취향"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주장"에 관한 것인지 분별해야 겠습니다.

 

 

본문에서 글쓰기의 철칙으로 4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내용의 반복이고 강조입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겠지요.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실명을 들어서 잘못된 사례를 지적하고, 위의 원칙에 입각해서 새로 고쳐쓴 글을 보여주면서 비교하는 것이 저로서는 신선하고 이해가 쉽기도 했습니다만, 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실명을 대놓고 공개석상에서 까는 걸 별로 안해봐서...ㅋㅋ

 

 

글쓰기의 두번째 철칙은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입니다.  "수학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는데요, 글쓰기에도 왕도는 없으며, "글쓰기 근육"을 훈련을 통해 길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저도 일주일에 1~3편 정도 글을 쓰는 블로거로서 꽤 공감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많이 쓰는 것과 함께 "좋은 책"을 많이 읽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말을 하던, 글을 쓰던 그 핵심에 주제와 논리가 명확하고 알맹이(컨텐츠)가 있으려면 "독서"가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훌륭한 글은 뚜렷한 주제 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만약 이 네 가지 미덕을 갖추는 데 각각 서로 다른 후년이 필요하다면 글쓰기는 너무나 어렵고 복잡해서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다행히 그렇지가 않다. 이 네 가지는 따로따로 배우고 익히는 게 아니다. 넷 모두 한꺼번에 얻거나, 하나도 얻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

 

독해력을 기르는 방법은 독서뿐이다. 결국 글쓰기의 시작은 독서라는 것이다. 독해력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지적 활동의 수준을 좌우한다. 눈으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강연을 들을 때도 핵심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요즘 지하철 타고 다니다 보면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인터넷 기사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은 많이 봅니다. 하지만 책 읽는 사람은 참 드뭅니다.  이전 독서일기 포스팅 중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소개했던 적이 있는데요, 요즘의 책읽기를 멀리하는 세태에서는 저자의 "책읽기" 권고가 일종의 경고로도 들립니다.

 

그러면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은가?"라는 질문이 떠오를텐데요, 유시민씨가 추천하는 전략적 독서목록 32권을 한번 들여다 보시지요. 아래 목록을 보면 알겠지만, 스펙트럼이 참 넓습니다. 교양인이자 지식인의 품격을 갖추기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아래 32권 중에서 12권 읽었고, 책을 사놓기만 해놓고 읽지 않고 것이 2권 있네요.  저는 소위 고전에 속하는 책들은 거의 안 읽었네요. ^^;

 

- 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문예출판사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에코리브리

- 리처드 도킨수, <만들어진 신>, 김영사, <이기적 유전자>, 을유문화사

-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승산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다락원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우물이있는집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마음의 과학>, 와이즈베리

- 슈테판 츠바이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바오

- 신영복, <강의>, 돌베개

- 아널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동서문화사

- 앨빈 토플러, <권력이동>, 한국경제신문

- 에드워드 카,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문예출판사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홍신문화사

-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갈라파고스

-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부키

-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문학사랑

-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어크로스

-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갈라파고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책세상

-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홍신문화사

-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휴머니스트

-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효형출판

-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선언>, 책세상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

- 케이트 밀렛, <성性 정치학>, 이후

-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서해문집

-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사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은행나무

-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물론 저자가 읽은 책의 한도 내에서 추천한 책들이라는 한계에 대해서는 저자 또한 분명 말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책을 자꾸 읽다보면 "좋은 책"을 선별하는 안목도 생기고, 읽고 싶은 책이 스스로 가치를 뻗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관심사와 필요에 기반한 도서목록이 줄을 서기 시작하더군요.  저자가 추천하는 도서목록은 참고는 하되 간략한 질문형식의 소개글을 보고 흥미가 땡기는 책들을 골라서 읽기 시작하면 되겠지요.

 

 

저자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려면 독자가 "편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써야만 독자가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겠지요?  "우리말" 바로쓰기를 위한 교재로 이오덕 선생의 책 <우리글 바로쓰기>와 박완서님의 '토지' 소설책을 강력히 권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중국과 일본 글자말의 오남용, 영어 문법 (수동태, 주어의 위치 등...)에만 있는 어법의 잘못된 사용 등에 대해서 예를 들어가면서 지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글은 단문이 좋다"는 저자의 특강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번 독서일기를 마칠까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뜨끔했던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제 블로그 글들을 보면 단문보다는 복문이 훨씬 더 많거든요. ^^;  유시민씨는 이 책을 쓸 때 자신의 특강 내용대로 단문으로 주로 책을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결 읽기 수월합니다. 군더기기가 별로 없습니다.

 

 

수험생을 위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논술 시험편> 책도 조만간 출간할 것이라고 합니다.  논술시험을 앞둔 학생이라면 기대해봄직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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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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