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 이맘 노무현 대통령님이 생각납니다

서거하신지 벌써 12년이 흘렀는데도 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생각하면서 지난달에 읽었던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에이치 출판사) 책에 대해 남겨봅니다

 

책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 시절에 8년간 연설비서관을 했던 강원국님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대통령으로부터 보고 듣고 배운,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에 대한 비법을 정리한 책입니다.

 

책의 목차 중에 보면 "왕관을 쓰려는 자, 글을 써라" 라는 제목이 있답니다. 저보고 글을 잘 쓰고, 연설도 잘 해서 왕관을 쓴 우리나라의 최고의 전직 대통령 두 분을 꼽으라면 단연 고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겠지요. (현직 포함 세 분을 꼽으라면 현 문재인 대통령님 추가요! ^__^)

 

한 명의 대통령을 모시기도 예사롭지 않은데, 두 명의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지냈고, 게다가 그 두 명의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명연설로 유명하신 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님라면야 강원국씨는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제목의 책을 쓸 자격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암요! 

 

글쓰기에 관해 제대로 배우고 싶은 분이라면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책 일독을 권합니다. 유익하고,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저자는 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에 대해 비슷한 점도 많지만 차이점 또한 많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 특징을 비교하기를 "예의 중시 vs. 교감 중시" 라고 하였습니다. 단 하나의 가장 훌륭한 연설문 스타일이란 없으며, 연설을 하는 사람의 색깔이 배어있는 연설문이 자연스럽고 좋은 연설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요리에 빗대어서 말씀해주시는 좋은 글쓰기를 하는 방법을 아래에 소개해봅니다. 하나 하나가 요리랑 연상이 되어서 이해하기 쉽고 수긍이 갑니다. :-)

 

"노무현 대통령은 언젠가 글쓰기를 음식에 비유해서 얘기한 적도 있다. 

1. 요리사는 자신감이 있어야 해. 너무 욕심부려서도 안 되겠지만. 글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2.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하지. 싱싱하고 색다르고 풍성할수록 좋지. 글쓰기도 재료가 좋아야 해. 
3. 먹지도 않는 움식이 상만 채우지 않도록, 군더더기는 다 빼도록 하게. 
4. 글의 시작은 애피타이저, 글의 끝은 디저트에 해당하지. 이게 중요해. 
5. 핵심 요리는 앞에 나와야 해. 두괄식으로 써야 한단 말이지. 다른 요리로 미리 배를 불려 놓으면 정작 메인요리는 맛있게 못 먹는 법이거든. 
6. 메인요리는 일품요리가 되어야 해. 해장국이면 해장국, 삼계탕이면 삼계탕. 한정식같이 이것저것 나오는 게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해서 써야 하지. 
7. 양념이 많이 들어가면 느끼하잖아. 과다한 수식이나 현학적 표현은 피하는 게 좋지. 
8. 음식 서빙에도 순서가 있다네. 글도 오락가락, 중구난방으로 쓰면 안돼. 다 순서가 있지. 
9. 음식 먹으러 갈 때 식당 분위기 파악이 필수이듯이, 그 글의 대상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해. 사람들이 일식당인 줄 알고 갔는데 짜장면이 나오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10. 요리마다 다른 요리법이 있듯 글마다 다른 전개방식이 있는 법이지. 
11. 요리사가 장식이나 기교로 승부하려고 하면 곤란하네. 글도 진심이 담긴 내용으로 승부해야 해. 
12. 간이 맞는지 보는 게 글로 치면 퇴고의 과정이라 할 수 있지. 
13.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이 최고지 않나? 글도 그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야 해. "

-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에이치 출산사), 22~23페이지 -

 

 

책의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이 책의 글쓴이 강원국님의 '이야기' 코너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특히 "이야기 둘 : 청와대 생활과 과민성대장증후군" 코너는 눈물을 흘리면서 (너무 슬퍼서가 아니라 너무 웃겨서... ㅠ_ㅠ) 읽었습니다.  웃으면 안되는 상황인데 그 모습이 상상이 되다보니 안 웃을 수가 없더라구요. 남자 소변기가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한번 보시지요. ㅋㅋ

 

"긴장의 연속이었던 8년간의 청와대 생활은 나에게 과민성대장증후군이란 달갑지 않은 선물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2002년 국장 진급 임명장 받는 날이었다. 청와대 행사라는 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문제가 된다. 지각을 하거나 예행연습에 불참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과천에서 경복궁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다니던 나는 그 날도 넉넉하게 집을 나섰다. 긴장해서인지 화장실이 급해 신용산역에서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빈칸이 없다. 줄을 서서 기다렸다. 도저히 안 돼 칸칸마다 두드리며 호수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물 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결심했다. 대통령 임명장을 받는 날, 사고가 나선 절대 안 됐다. 바지를 내리고 급한 대로 소변기에 앉았다. 화장실에 들어오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사람들이 뭔지 모르지만 귀신에 홀린 듯 순간적으로 엄청난 혼돈을 느끼며, 못 들어올 데 들어온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나갔다. 난 그때 처음 알았다. 남자 소변기가 이렇게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을."

- 대통령의 글쓰기, 64페이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문이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다보면, 결국에는 "누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그 연설을 하는가가 연설문의 "내용"이나 "형식"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아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님과 노무현 대통령님은 소수의 힘있고 부유한 자들의 편이 아니라 다수의 서민들이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꾸고, 이를 조금씩이나마 일구어나가기 위해 거쳐온 생애가 가지는 힘, 무게, 진정성에서 우러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들에게 큰 울림이 되는 것이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고 김대중 대통령님과 사랑하는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사진으로 책에 대한 소개 글을 마칠까 합니다. 

 

두 분이 많이 그립습니다. 

 

* 사진 출처: http://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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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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