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을 통해서 본 숫자와 심리에 대한 단상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기업 경영은 곧 숫자 싸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손익계산서 와 대차대조표를 모르고서 경영을 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동시에 회사 조직도 사람이 모인 곳인지라 세 사람만 모이면 사내정치가 존재하고 직원간의 관계, 감정이 또한 알게 모르게 조직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마케팅, CRM을 하는 분이든 아니면 다른 직종에 있는 분이든 공통적으로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려면 숫자와 심리, 좌뇌와 우뇌, 과학과 예술을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우연히 연봉에 관련된 신문기사를 보다가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보았었는데요, 숫자와 심리에 대해서 이 신문기사를 시작으로 해서 생각해 볼 거리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자, 그럼 오래된 신문기사 먼저 보시지요. (매년 아래와 유사한 오류를 범하는 신문기사가 나오곤 합니다)
`슈퍼 벤처` 평균 연봉 3400만원…근속연수 4.4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을 넘긴 벤처기업 242곳 중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150개 기업의 ‘직원현황’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한 슈퍼 벤처 기업 중 평균 직원 급여액(*연봉과 수당, 인센티브 등이 모두 포함된 실 지급액)이 가장 높은 곳은 ‘엔에이치엔’인 것으로 조사됐다. 엔에이치엔의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6450여만원으로 이는 슈퍼 벤처기업의 평균 급여액인 3400여만원보다 3000만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엔에이치엔 다음으로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이 높은 곳은 △2위 엔씨소프트 (6300여만원), △3위 아이엠 (5800만원) △4위 , 홈캐스트 (5600여만원) △5위 에스에프에이 (5200여만원) 순이었다.
이외에도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이 높은 상위 기업으로는 △에스에프에이와 △티에스엠텍 이 5200여만원 △이니시스 5000여만 원 △성광벤드와 △다음커뮤니케이션 4800여만원 △메디슨 4700여만원 순이었다.
(* 출처: 한국경제신문, ’10.8.4일 자 기사) |
이 신문 기사를 읽어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30초 정도 시간 내셔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정리를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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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셨어요? 제일 먼저 ‘음, 내 연봉은 00기업의 평균 연봉 수준이군’ 이라고 생각하셨지요? 그렇지요? 또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29초 정도 더 드릴 테니 생각해보시지요. ‘숫자와 심리’라는 관점에서 말이지요. 너무 심각하게는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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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숫자와 심리 중 먼저 ‘숫자’에 대해서 제가 했던 이런 저런 생각들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연봉 관련 신문기사에 대해 ‘숫자’ 가지고 태클 걸며 놀아 보기
국내 경제활동인구라면 대다수가 알고 있을 법한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작성한 기사이다 보니 신뢰가 많이 가지요. 게다가 경제활동인구의 대다수가 알고 있을 법한 ‘평균’을 다룬 기사이다 보니 별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럼에도 삐딱선을 좀 타보자면요,
첫째, 연봉을 비교하는데 있어서 ‘산술평균’을 사용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드네요(기사에는 ‘산술평균’이라고 명시되지 않았으며, 제가 추측한 거예요). 평균에도 보면 산술평균, 중앙값, 최빈수의 세 가지가 있잖아요. 세 개의 통계량 중에서 어떤 것을 사용할지 결정하려면 모집단의 분포인지를 알아야 하잖아요.
특히, ‘산술평균’ 통계량의 경우 종 모양의 정규분포를 띠어야만 의미가 있지요. 그런데 연봉은 정규분포가 아니라 한쪽으로 꼬리가 길게 늘어서고 치우친 멱함수 분포에 더 가까운 편이지요. CRM 하시는 분들은 아주 친근할 텐데요, 20:80의 법칙 혹은 파레토의 법칙의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 바로 ‘소득 분포’일 테니깐요. 파레토라는 경제학자가 보니 이탈리아 국민의 20%가 80%의 소득의 소유하고 있다면서요. 이처럼 꼬리가 한쪽으로 치우친 분포에서는 산술평균보다는 중앙값이나 최빈수를 평균의 통계량으로 사용하는 것이 왜곡을 줄이고 대표값을 산정하는 방법이겠지요. 산술평균은 아웃라이어에 상당히 민감한 통계량이잖아요.
둘째, 연봉을 제대로 비교하려면 동종업계 내 직급 및 연차 별로 구분해서 비교를 해야겠지요. 이러한 세부 구분 없이 하나로 ‘퉁쳐서’ 평균을 내면 비교하는 의미가 퇴색해버리지요. 신문기사에 보면 NHN 직원 1인 연 평균 급여액이 6,450만원이라고 나와있는데요, 사원, 대리, 과장, 부장, 임원의 연봉을 모두 포함했을 때의 연봉 평균이라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런지요? NHN에도 기획, 개발, 영업, 서비스 파트 등이 나뉘어 있을 테고 각 파트 간에 연봉 차이도 상당할 터인데 이들 구분 없이 모두 포함해서 연봉 평균을 산정했다면 연봉을 비교하는데 있어 무슨 의미가 있을런지요? 만약 ‘00산업 00직종 00직급 00년차의 연봉’ 하는 식으로 확인해서 비교해 볼 수 있으면 가장 좋을 텐데요, 연봉이 인비 사항이니 욕심이 과한 거겠죠?
셋째, Sampling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설마 전수조사를 했을 리도 없고 조사를 하려고 해도 자신의 연봉을 알려줄 리 만무할 터, 보아하니 잡코리아에 등록한 회원들이 자신의 연봉을 입력하면 이를 근거로 평균을 계산한 듯 합니다(거짓 숫자를 입력해도 이를 잡아낼 방법도 없겠네요). 이러하다면 이는 Random sampling이 아니라 자기 발로 걸어 들어와 자기 손으로 자기 연봉을 입력한 사람들의 Sampling이 되는 것이겠지요. 제대로 하려고 한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산업, 직종, 직급, 년차 별 Stratified random sampling을 해야만 하겠지요.
넷째, 그러고 보니 ‘연봉’의 정의에 대해서 체크를 안하고 여기까지 왔네요. 위의 신문기사에 보니 ‘연 평균 급여액’이라는 용어를 쓰고 ‘연 평균 급여액 = 연봉 + 수당 + 인센티브’ 라고 되어 있네요. 반면에 기사의 헤드라인에는 ‘슈퍼벤처 평균 연봉 3,400만원’이라고 뽑아놓았네요. 저의 경우 예전에 연봉 협상할 때는 기본급에 수당은 포함하고 인센티브는 제외였던 거 같은데요, 기사 본문이 맞고 헤드라인은 잘못되었네요. ‘슈퍼벤처 평균 급여액 (연봉+인센티브) 3,400만원’이라고 수정하는 게 맞겠지요. 성과급이야 회사 전체의 성과가 얼마나 될지 회계연도가 끝나봐야 아는 것이고 각 조직 별, 개인 별로 인사고과를 어떻게 평가 받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당연히 연초에 결정이 되는 연봉에서는 빼고 회계연도 끝난 후에 별도로 산정해야겠지요.
여기까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앞의 신문기사가 영 시원찮아 보입니다. 뭔가 의미 있는 정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가만히 보니 첫 줄에 ‘취업포털 잡코리아’라는 회사에서 분석한 보고서를 인용한 것이라고 하는 군요. 결국 좀더 상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방문해서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겠네요.
하야, ‘잡코리아’에 방문해보니 ‘연봉정보’ 메뉴 바가 눈에 띠여 클릭을 하니 회원만 볼 수 있다고 하네요. 회원가입이야 무료니 이 참에 회원가입 했어요. 다시 ‘연봉정보’ 메뉴를 클릭하니 ‘유료’이므로 결제를 하라고 나오는 군요. 만약 저의 연봉 정보를 입력하면 할인을 해준다는 메시지도 나오는군요. 이제야 그림이 명확해 졌습니다. 제가 구멍이 숭숭 뚫린 신문기사에 궁시렁 거리며 혹시나 하고 신문기사 제공자인 잡코리아에 들어와 회원가입하고 유료 연봉검색 서비스에 가입하게끔 하는 일련의 유도 낚시에 엮였다는 것을요. ^^; 조사 결과를 볼 때 가장 처음 해야 할 일, 또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누가 왜’ 그 조사를 해서 발표(보고)하느냐를 확인하는 것이겠네요. 무슨 Sampling이 맞는지, 무슨 통계량이 맞는지 등은 그 다음 이겠네요.
잡코리아 사이트에서 게재된 연봉의 정의를 보니 ‘연봉 = 기본급 + 수당 + 상여금, 단 성과금은 제외’ 라고 되어있네요. 이걸 보면 아무래도 ‘연봉에 성과급이 포함된 급여액’이라고 나오는 신문기사의 본문 내용이 잘못되고 도리어 제가 잘못 뽑았다고 말한 헤드라인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신문기사 소스인 잡코리아에서는 성과급(인센티브)을 제외한 연봉정보만을 회원한테 요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주 헷갈리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여기까지는 연봉에 대해서 다룬 신문기사를 가지고 이리저리 딴지를 걸면서 ‘숫자’를 보고 평가하고 의사 결정한다는 것이 제대로 하려면 그리 녹록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럼 이제 사람의 ‘심리’에는 어떤 면들이 있는지 몇 조각을 떼어서 엿보도록 하겠습니다.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하시는 분들이 아주 재미있는 실험들과 조사를 많이 했네요. 소개합니다.
(2) 연봉 관련 ‘심리’에 대한 몇 개의 단면들 엿보기
첫째, 연봉 협상에 있어 ‘준거점’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래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시지요. 카너먼과 크네시가 벤쿠버와 토론토 시민 중에서 무작위로 전화 설문을 했다고 합니다.
l 질문1: 작은 커피숍에 종업원이 1명 있다. 그 가게에서 6개월 간 시급 9달러를 받고 일하고 있다. 가게는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었는데 근처 공장의 폐쇄로 실업자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다른 가게에서 커피숍 종업원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시급 7달러에 고용하기 시작했다. 가게 규모는 커피숍과 같았다. 그러자 커피숍 주인도 시급을 7달러로 내렸다. l 질문1-1: (마지막 부분 이외는 질문1과 동일) 커피숍 종업원이 그만 뒀기 때문에 커피숍 주인은 시급 7달러로 신규채용을 하기로 했다.
(* 출처: 『행동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
위의 설문결과를 보면 현재 종업원의 임금이 준거점이 되어서 공정 여부를 평가하는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혹시 임금 협상을 하셔야 하는 분이라면 해당 업계/직책/직급/연차의 연봉 준거점을 파악하는 것이 연봉 협상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이겠네요. 심리는 숫자와 같이 가야겠네요.
조사결과를 보니, 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질문1-1처럼 신규 채용의 경우 기존 선임자의 임금 준거점이 적용되지 않으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신규 채용자는 상당히 난처할 것 같습니다. ^^’
둘째,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합리성은 눈이 멀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이것 참 조심해야겠습니다. 아래의 조사결과를 보시지요.
두 곳에서 일자리를 제의 받았다고 상상해보자. 노동 시간, 업무 내용, 업무 장소, 장래 전망 등은 두 일자리가 똑같다. 유일한 차이점은 자신이 받는 보수와 동료 사원들이 받는 보수의 차이뿐이다.
A회사는 연봉이 5,000만 원인데, 동료 사원들의 연봉은 3,000만 원이다.
B회사는 연봉이 6,000만 원인데, 동료 사원들의 연봉은 8,000만 원이다.
여러분이라면 A회사와 B회사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A회사를 선택했다. |
절대 금액만 놓고 봤을 때는 B회사가 A회사보다 무려 1,000만원이나 더 많습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대부분의 사람이 A회사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A회사를 선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랬을까요? 여러분이라면 A회사보다 절대금액이 1,000만원 많은 B회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동료 사원보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2,000만원 더 많은 A회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과시적 소비’라는 용어를 만들었으며 ‘명품 경제학’의 디딤돌을 놓았던 괴짜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Leisure Class: An Economic Study in the Evolution of Institutions)』에 보면,
“부에 대한 욕망은 그 본질적 속성 때문에 한 개인의 경우에도 충족되기 힘들다. 하물며 부에 대한 평균적 일반적 욕망의 충족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아무리 폭 넓게, 평등하게, 또는 ‘공정하게’ 부가 나누어지고 공동체의 부가 일반적으로 아무리 증가한다고 해도, 재화를 축적하는 일에서 다른 모든 사람을 능가하려고 하는 만인의 욕망에 근거를 둔, 그러한 욕구를 충족하는 데 이르지 못한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합리적 인간’을 상정하는 주류 경제학에서는 개인의 효용을 단지 각 개인이 소유(또는 소비)하는 재화의 절대적인 양을 가지고 판단, 평가한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한 베블런이 보기에는 주류경제학이 말하는 것처럼 부(富)는 절대적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을 능가하려고 하는 욕망”에 사람들이 좌지우지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나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비교하며 사는 사회적 인간이지. 비록 B회사 보다는 연봉이 1,000만원 적지만 A회사에 가면 동료 사원보다 2,000만원 많이 받을 수 있으니 더 행복할거야. A회사 선택할래’라고 자연스레 고백하게 되지 않으세요? 인간은 ‘호모 이코노미쿠스’ 이전에 남들과 비교하는 ‘호모 컴페어쿠스(이런 용어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니깐요. 행여 남편에게 “내 친구 남편은 사업하면서 일년에00를 번다던데 자기는 월급이 이것밖에 안돼?”라거나 친한 친구에게 “내 연봉은 00인데 너는 그것밖에 안되냐? 우리회사 옮겨라” 등의 말을 했다가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상이 안되는 분이 계시나요? 그랬다가는 관계가 절단날수도 있다는 점 유념하시길.
셋째, 임금협상을 할 때는 ‘먼저 무리하게 요구하라’는 전략을 고려해 보셔야 겠네요. 설득의 심리학에서는 이를 ‘상호성을 이용한 일보 후퇴, 이보 전진 전략(rejection-then-retreat)’이라는 근사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사례를 같이 보시지요.
만일 당신이 당구대를 파는 사람이라면, 329달러짜리 모델과 3000달러짜리 모델 중 어떤 것을 먼저 광고하겠는가? 아마 당신은 먼저 값이 싼 것을 광고하여 사람들이 상점을 찾게 한 후 기회를 봐서 비싼 것을 권유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Brunswick회사의 판촉담당 이사로 새로 부임한 Kelley는 당신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그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하여 실제적으로 한 판매점에서 실험을 하였다. 처음 1주일 동안은 손님들에게 가장 싼 모델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비싼 모델을 소개시켜 주는 전통 기법의 판매 전략이 사용되었다. 이 기간 동안에 팔린 당구대의 평균 가격은 550달러였다. 그러나 그 다음 1주일 동안은 손님들이 어떤 모델을 원하든지 상관없이 그들에게 3000달러짜리 최고급 모델을 먼저 보여 주고 점진적으로 보다 값이 싼 모델을 소개하는 판매 전략이 사용되었다. 그 결과, 이 기간 동안 팔린 당구대의 평균 가격은 1000달러를 넘었다. (“Quote”, 1975, p.62)
(*출처: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
위의 ‘먼저 무리한 요구를 하라’는 전략이 비단 당구대를 파는 데에만 효과가 있지는 않겠지요. 이러한 일보 후퇴 이보 전진 전략이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감과 만족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만약 연봉 협상을 앞둔 분이라면 협상 시에 인사 담당자에게 합의 사항에 대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면 좋지 않겠어요? 일단 높게 부르고, 그 연봉 수준으로 합의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구요, 하향 조정이 되어 결국 마음속으로 지원자가 원하는 목표 수준이 되었다 하더라도 나쁠 게 없겠지요. 단, 업계의 임금 기준점 분포를 훨씬 넘어선 ‘너무나도 무리한 요구’는 아예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유념하시구요. ^^’ 결국 여기서도 심리는 숫자와 같이 가야겠네요.
넷째, 협상 시 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당신이 가질 수 있는 최상의 대안)를 개선하고 활용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아래의 까르푸 매각 협상 사례를 보시지요.
프랑스의 할인점 체인인 한국까르푸는 2006년 한국에 있는 모든 점포를 이랜드에 팔고 완전히 철수했다. 그런데 업계에서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는 그들이 아주 좋은 값을 받고 성공적으로 매각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까르푸는 한국 내 경영에 완전히 실패한 기업이었다. 망해서 철수하는 기업이 어떻게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었을까? 바로 BATNA를 끊임없이 개선하고 그것을 적절히 상대방에게 알려 준 덕분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1996년 한국에 진출한 까르푸는 처음 생각과 다르게 10년 가까이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사업 매각설이 나돌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었다. 하지만 한국까르푸는 회사를 팔아 치울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과 달리 점포 수를 계속 확대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던 회사가 왜 점포 수를 늘렸을까? 이러한 의문은 BATNA의 개념으로써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당시 롯데마트 측과 물밑 협상을 추진하며 이미 일본 시장 퇴출 과정에서 거의 헐값 수준으로 회사를 매각했던 교훈을 뼛속 깊이 새긴 경영진은 '어떻게 하면 한국까르푸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그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BATNA다. 한국까르푸는 BATNA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 할인점 업계 1위 신세계 이마트를 끌어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이마트 입장에서는 롯데마트가 한국까르푸를 인수해도 별로 타격 받을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국까르푸는 이러한 이마트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궁리했고, 그 결과로 나온 조치가 바로 신규 점포 개점을 통한 규모 확대였다. 즉 롯데마트와 한국까르푸의 합병으로 1위인 이마트와의 격차를 근소하게 만들면 이마트가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한국까르푸의 생각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고, 매각이 공식화되면서 이마트도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게 되었다. 한국까르푸는 2005년 한해 동안 점포 수를 크게 확대함으로써 롯데마트와의 협상에서 이마트를 자신의 BATNA로 개발한 것이다.
(*출처: 『협상 카리스마』, 전성철) |
협상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빠지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면 바로 ‘Win-Win의 창의적 대안 개발’과 함께 ‘BATNA’를 들 수 있지요. 연봉 협상을 할 때 ‘아니면 말고요’라고 말할 수 있는 BATNA가 있다면 시간에 쩔쩔매며 끌려 다니지는 않겠지요. 좋은 BATNA와 함께 “00까지 결정해서 알려주세요. 그때까지 결정해주시지 않으면 00회사로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희소성의 법칙’을 곁들이면 협상에 아주 유리해지겠지요.
다섯째, 임금의 ‘하방경직성(下方硬直性)’ 입니다. 일단 정해지만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아래의 설문조사 결과를 같이 보시지요.
l 질문2: 어떤 소기업에 여러 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다. 그들의 임금은 그 지역에서는 평균 수준이다. 최근 실적이 이전보다 좋지 않다. 경영자는 내년부터는 임금을 10% 정도 내리기로 했다. l 질문2-1: 어떤 소기업에 여러 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매년 임금의 10% 정도가 보너스로 지급되었다. 그들의 임금은 그 지역에서는 평균 수준이다. 최근 실적이 이전보다 좋지 않다. 경영자는 금년부터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 출처: 『행동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
질문2와 질문2-1은 임금의 금액이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지만 종업원의 수용도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 경영환경의 급격한 악화라든지 신규사업 실패, 경쟁의 격화 등으로 인한 경영 악화 시에 생존할 수 있기 위한 방편으로 HR유연화에 대한 니즈가 상당히 클 텐데요, 위의 조사결과를 봤을 때는 성과보상체계를 수립함에 있어 고정급의 비중을 줄이고 변동급(성과급)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한 방편이 되겠네요.
단, 직원들의 임금을 깍는 수단으로서 이를 활용한다면 직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터, 고성과에 대해서는 높은 보상을 약속하는 성과보상체계여야 노사간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겠지요.
여섯째, 대부분의 사람은 ‘점점 좋아짐’을 선호한다고 하는 군요.
로엔스틴과 프렐렉은 총액이 일정하더라도 임금이 시간의 경과와 함께 상승하는 쪽을 선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6년간 근무한 회사에서(전체적으로는 임금 총액이 같다.) 처음에는 임금이 낮은 편이지만 점점 상승하는 패턴, 처음에는 임금이 높지만 점점 하락하는 패턴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일반인들에게 물었다. 답변자 중 하강 패턴을 선택한 사람은 불과 12%였으며, 과반수 이상이 점점 상승하는 패턴을 선호했다. |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임금이 높고 그 후 하강하는 패턴’을 선택하겠지요. 왜냐하면 처음에 높은 임금을 받으면 그 돈으로 복리 적금에 넣어둔다든지 채권을 사 둘 수도 있고, 하다못해 중간에 퇴사를 한다고 했을 때도 점차 증가하는 패턴 대비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상대적으로 훨씬 좋은 하강 패턴을 선택한 사람은 불과 12%밖에 안되었다고 하네요. 왜냐, ‘점차 좋아지는 맛’이 없기 때문이라는군요.
프로운동선수들이나 연애인들 중에 보면 눈이 번쩍 뜨일 만큼의 고액연봉 계약을 했다가 그만큼의 역할을 못해내고 ‘먹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경우가 가끔 있잖아요. 실력과 성과가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전략과 술수로 너무 높은 연봉을 받은 나머지 ‘점점 좋아짐’을 맛볼 수 없게 되는 경우라면 일하는 사기에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요?
일곱째, 성과급을 포함한 임금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사회 추세와 ‘정의’의 관점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글을 소개합니다.
2007년에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노동자들보다 평균 344배나 많은 보수를 받았다. 대체 무슨 자격으로 임원들이 직원들보다 그렇게 많은 돈을 받았을까? 이들 대부분이 열심히 일하고 재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 점을 생각해보자. 1980년에 최고경영자들은 그들이 고용한 노동자들보다 겨우 마흔두 배 많은 수익을 올렸다. 그렇다면 임원들이 1980년에는 지금보다 재능이 적고 일도 덜 했을까? 아니면 원래 소득 격차라는 게 재능이나 기술과는 무관하게 우연히 발생하는 것일까? 미국 임원의 보수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자. 미국 최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연봉이 평균 1330만 달러(2004~06년 자료)에 이르는데 반해, 유럽의 최고경영자들은 660만 달러, 일본은 150만 달러다. 미국의 최고경영자는 유럽의 최고경영자보다 두 배, 일본의 최고경영자보다 아홉 배 많은 보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 아니면 이 차이는 최고경영자가 발휘하는 노력이나 재능과는 무관한 요소들을 반영하는가?
(*출처: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
미국의 경영자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래의 신문기사를 보시지요.
교통사고 소송 과정에서 삼성전자 부사장의 연봉이 공개됐다. 2008년 한 해 동안 급여와 성과급을 더해 10억2,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고 한다. 삼성전자 직원 1인당 평균연봉 6,780만원(2009년 본사 기준)의 15배, 도시가구 중위(中位)소득 3,626만원(통계청 2010년)의 28배였다. 연봉이 1,000만원 이하인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26.3%(450만3,432명ㆍ2008년 과세대상자)와 비교하면 100배 이상이다.
(*출처: ‘10억 연봉은 정의로운가’ 칼럼, 고재학 한국일보 논설위원, ’10.8.13) |
국내의 척박한 인문사회과학 도서 시장을 감안할 때 신기하고도 놀랍게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책 ‘정의란 무엇인가’와 한국일보 칼럼에서는 경영층의 고액 연봉이 정의로운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정의’라는 안경로 억대 연봉을 바라보시는지요, 아니면 ‘꿈’이라는 안경으로 바라보시는지요? 연봉 1천 만원, 1억, 그리고 10억 등 편차가 이리도 큰데 여러분은 현재 어느 위치에 있고 또 앞으로 어느 위치를 목표로 뛰고 계시는지요?
요즘 신문에 보니 감사 결과 최근 4년간 재정난을 겪은 서울시 산하 5대 공기업이 임직원에게 2,600억 원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면서 공분을 감추지 않고 있네요. ‘08년에 미국에서도 무리하게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국민의 세금 1,730억 달러의 공적 자금으로 겨우 회생한 AIG가 위기를 초래한 바로 그 부서의 임원들에게 상여금으로 1억6500만 달러를 지급하고 다른 직원 73명에게도 100만 달러 이상의 상여금을 지급해서 미국 국민들의 분노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있지요. 결국 ‘연봉 10억’이 문제가 아니라 ‘그에 합당한 성과’를 냈는가, 그만큼의 연봉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샐러리맨의 꿈이 억대 연봉이라고들 하지요. 억대 연봉을 받는 분들을 주위에서 살펴보면 사업을 하는 분이던가, 기업의 임원이던가, 이도 저도 아니면 영업을 하는 분들인 듯 하네요. 억대 연봉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글을 마치며
‘연봉’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숫자와 심리’, ‘과학과 예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상을 풀어보았습니다. ‘연봉’이라는 것이 상당히 민감한 주제인 만큼 글을 읽는 내내 ‘좌뇌와 우뇌’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이성과 감정’에 여러 흔적과 잔상을 남기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숫자와 심리’의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이용해야만 제대로 된 연봉 협상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기업경영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를 풀어보았는데요, 마지막으로 ‘연봉’에 관해서는 행복과 평안을 위해 ‘마음 공부’도 꼭 필요하겠다는 점 강조하고 싶네요.
경제학자 Barry Schwart와 Sheena S. Iyengar는 대학 4년생의 구직활동에 대해 조사했다. 결과는 다양한 직업군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학생일수록 구직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고의’ 업무를 추구하는 학생들이 ‘적당한’ 업무를 추구하는 학생에 비해 실제로 업무 내용이나 조건이 훨씬 더 좋은 직책이 내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낮았다. 그런 학생들일수록 낙담, 불안, 욕구불만, 후회 등의 감정이 더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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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연봉에 관한 한 ‘최고의’ 선택을 위해 가능한 많은 선택대안을 검토하고 끊임없이 확인하는 ‘최대화 인간’인지요. 아니면 일단 ‘적당한’ 선택대안을 찾고 나면 만족하는 ‘만족화 인간’인지요?
‘최대화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만족도가 낮고 그래서 행복도가 낮다고 하네요. 현재에 감사할 줄 알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 삶의 지혜로 행복한 삶 일궈나가시길 바랍니다.
[ 에필로그 ]
보통은 글 쓰는데 수첩에 키워드 몇 개 적어놓고는 밤에 1~3시간동안 일사천리로 쓰고는 합니다. 그런데 위의 글은 몇 줄 쓰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이틀이나 걸렸어요. 시간이 그동안의 칼럼 대비 왕창 늘어진, 힘겹게 쓴 클인데도 지금 다시 읽어보니 '숫자와 심리'라는 주제에 딱 부합한다기 보다는 각 소재들이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네요. '숫자와 심리'가 같이 가야지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전달이 안된듯 합니다. '숫자와 심리'보다는 '연봉'이라는 소재에 더 포커스가 가게 된 구조인듯 해서요.
'연봉'과 관련해서는 위의 칼럼 내용과는 별도로 에필로그를 빌어 따로 몇자 적습니다.
첫째, 위의 칼럼에서는 연봉협상과 관련된 심리 실험(조사) 자료를 몇 개 소개하기는 했습니다만 국내의 현실에서는 연봉 '협상'이라는게 없다고 할 수도 없지만 있다고 하기에도 애매합니다. 개별 연봉협상이라기 보다는 연말에 인사고과 결과에 연동이 되어서 시스템적으로 다음해 연초가 되면 연봉이 계산이 되어서 날아오고(?) 각 개인은 '동의합니다' 버튼을 클릭하는 수순을 밟게 되지요. 결국 연봉 상승은 위에 제가 칼럼에서 쓴 '협상 비법'에 좌우된다기 보다는 '평소에 잘하자, 성과 내고 인정받자'는 상식에 좌우된다는게 더 현실에 맞겠지요. '인생 한방'은 로또에는 있을 지언정 회사생활에서는 '평소에 꾸준히 신뢰 쌓고 평판 쌓는 길'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 연봉이 오르는 수준을 보면 사원에서 대리, 대리에서 과장 등 직급이 변동할 때 Big jump 합니다. 그리고 임원 승진할 때 연봉과 함께 다양한 처우 개선이 Quantum jump 하지요. 임원이 아닌 경우라면 자기 사업하거나 아니면 영업직에 있으면서 성과급을 받는 경우가 고액연봉이 가능하겠지요. 억대 연봉의 비결은 자기 사업하거나, 임원 승진, 아니면 영업직 중 하나일 가능성이 많겠지요. 사업을 하든, 임원 승진을 하던, 영업을 하던 이를 감당할 만한 실력과 인맥이 없으면 1년을 채 못 버티고 나가 떨어질 자리들 입니다. 따라서 연봉에 연연해 단기적인 한방을 꿈꾸기 보다는 평소에 실력, 경험, 인맥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내공을 다지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다보면 연봉은 따라오게 되어있습니다. Big jump 든 Quantum jump든 말이지요.
셋째, 연봉 협상이 협상답게 진행되는 경우가 이직할 경우일텐데요, 이건 참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승진과 고액연봉 제안을 받은 스카우트라면 축하드립니다!) 면접이나 연봉협상 관련된 외국의 번역서들을 보면 "2~3년 마다 이직을 통해서 몸 값을 올려라"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데요, 국내의 경우 외국(특히, 미국)과는 조직문화가 상당히 다른만큼 번역서의 내용을 곧이 곧대로 들었다가는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력서상에 단기간에 회사를 여러곳 옮긴 경우 '능력이 많아서 여기저기 스카우트 되었군'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뭔가 문제가 있어서 적응을 잘 못했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입장바꿔 생각해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 일이라는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대다수가 팀 플레이이고 팀 간 협업이고 회사간 거래이다보니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신뢰가 성과를 내는데 매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관계, 신뢰가 제대로 쌓이려면 적어도 3년은 아기를 키우 듯 정성을 쏟으며 키워가야 하는 바, '연봉'이라는 단기적인 꿀에 현혹이 되어서 그동안 쌓아온 관계, 신뢰를 뒤로 하고 새로운 곳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을 지, 특히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적인 상황에서 어느쪽이 더 유리한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직하지 않고 한 회사에서 장기근속하는 사람을 무능한 사람으로 본다고 말하고 있는 외국 번역서는 한국 조직문화와는 맞지 않습니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중시하는 한국 기업문화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넷째,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직을 해야 할 경우 위 칼럼에서 말한 것처럼 반드시 'BATNA(Best Alternative To Negociated Agreement)'를 염두에 두셔야 겠지요. 어딘가에 적을 두지 않은 상태에서 연봉협상을 할 경우 고용하는 측 입장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HR담당자는 담당자의 심성이 나빠서가 아니라 담당하는 자리의 업무 자체가 입사지원자의 결점을 찾고 연봉을 깍는 것을 미션으로 부여받은 자리입니다. 입사희망자가 BATNA가 없는 상황일 경우, 즉 현재 적이 없거나(무직상태이거나) 해당 업체 단 한곳 만 입사지원(혹은 연봉협상 중이거나) 한 상태임을 파악했을 경우 시간을 끌면서 입사지원자의 애간장을 태우며 연봉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갈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교육을 받았을 테니깐요, 그리고 그게 그 담당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직은 정말 신중하게 고려하시되, 피치못할 경우는 부지런히 BATNA를 개발하고 개선하시기 바랍니다.
다섯째, 자신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가치에 대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내어서 조용한 가운데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돈' 말고도 추구할 가치가 많거든요. 사실, '돈'은 추구할 '가치'라기 보다는 '수단'이자 '결과'인 셈이지요. 무엇을 위해 돈을 버나, 무엇을 위해 일을 하나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한두해 일하다 말거 아니잖아요?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1980년대 매킨토시 개발팀을 독려하면서 즐겨한 말이 있습니다.
"We're here to put a dent in the universe."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기에 있다")
당신은 왜 일을 하시는지요? 잠시 짬을 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혼을 담아 일하시는 분들이 보면 결과적으로 고액연봉도 받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결과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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