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가 7월24일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9이닝 3피안타 무실점 11탈삼진으로 호투하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올해 두번째 완봉승입니다.
6회말까지 매츠 타선을 꽁꽁 묶으며 매 회 삼진을 잡아냈고 1루로 단 한명의 타자도 내보내지 않은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습니다. 올 초반의 부진을 씻고 완벽하게 LA다저스의 에이스로서 부활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2015년 7월 25일 기준으로 커쇼의 내셔널리그 시즌 성적을 보면 '탈삼진 185'개로 '1등'을 달리고 있습니다.
승/패 |
평균 자책점 |
탈삼진 |
자책점 |
8승 6패 |
2.51 (7위) |
185 (1위) |
39 |
* 시즌성적 출처 : Daum 인물검색
커쇼가 탈삼진 1위를 할 수 있는 데에는 당연히 야구공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 제구력이 뒷받침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제구력만 가지고는 탈삼진 1등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메이저리그의 타자들 또한 난다 긴다하는 강타자들이기 때문입니다. 탈삼진 1등을 하기 위해서는 제구력과 함께 "게임이론", "확률통계"에 대한 특출남 또한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늘 포스팅은 바로 이 후자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커쇼 정도의 에이스가 던지는 야구공은 시속 150km 까지도 속도가 나옵니다. 이 정도 속도라면 투수가 공을 던지고 나서 0.45초~0.5초 사이에 포수의 글러브에 공이 꽂힙니다. 타자 입장에서는 스윙을 하는데 약 0.2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이 시간을 빼면 결국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순간부터 해서 약 0.2초~0.25초 만에 공의 구질, 속도, 궤적 등을 판단해서 스윙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즉, 공을 보고 난 후에 공을 파악해서 그에 맞게 스윙을 한다는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소리가 되겠습니다. 이 말인 즉슨, 커쇼 같이 강속구를 뿌리는 에이스에게는 타자는 공을 "예측"해서 때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마치 축구 시합에서 패널티킥을 찰 때 축구공이 너무 빠르므로, 골키퍼는 공이 오는 것을 보고 나서 판단 후에 몸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미리 마음 속으로 공이 어디로 올지를 "예측"한 후에 몸을 날려야 겨우 공을 막을까 말까한 상황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사진출처: 데일리안 스포츠
게임이론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게임을 "제로섬 게임(zero-sum game)", "동시 의사결정 게임"이라고 합니다.
투수는 타자가 홈런이나 안타를 치지 못하도록 공의 높이(상, 중, 하)와 방향(좌, 중, 우), 구위(속구, 커브, 슬라이더, 스크루볼), 그리고 속도(빠른 볼, 중간 속도 볼, 느린 볼) 등을 조합하여 다양한 배합의 볼을 뿌립니다.
이에 대항해 타자는 투수가 던질 볼의 궤적, 구위, 속도를 예측하여 방망이를 휘두르게 됩니다. 결국, 투수와 타자는 제로섬 게임에서 누가 "상대방의 예측을 허물어 트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됩니다.
게임이론에서는 이러한 "제로섬 동시의사결정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자신의 "다음번 수"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무작위 전략(Random Strategy)"을 쓰라고 합니다. 만약에 투수가 볼 배합에 있어 무작위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상대방 타자는 특정한 패턴을 감지하고, 다음번 공의 구위에 대해 예측하여 방망이를 휘두른다면 홈런이나 안타를 치고 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가령, 느린 변화구 다음에는 몸쪽 바짝 붙은 빠른 속구를 던지더라는 패턴, 체인지업 유인구 다음에는 바깥쪽 꽉찬 슬라이더를 던지더라는 패턴...등 등이 비록 투수는 의식적으로 인지하지는 못하더라도 만약에 투수의 볼 배합 간에 무의식적으로 작용한 패턴이 있다면, 무작위(Random)가 아니었다면, 상대팀은 그동안의 과거 투구 이력 데이터를 모두 모아서 통계적으로 투구 볼 배합 간의 교차표를 구해보고, 볼 구위/궤적/속도 간 서로 독립적인지 아닌지 유의성을 검정해본다든지, 아니면 데이터마이닝의 순차분석(sequence analysis)를 통해서 볼 구위/궤적/속도 간에 자주 발생하는(support가 높은) 패턴을 찾는다든지 해서,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패턴을 다음 투구 볼 배합을 예측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투수 입장에서는 상대팀이 간파하지 못하도록 "무작위 전략"을 사용하는게 쉽지 많은 않은 일입니다.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이지요. 머리 속으로는 무작위로 볼 배합을 섞는다고 노력을 한다고 해도, 만약 어떤 볼 배합 패턴이 상대 상자에게 잘 먹혀들면 아무래도 무의식적으로 투수는 소위 잘 먹히는 패턴에 안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투수가 호주머니에 통계의 난수표를 넣어가지고 다니거나 투구 전에 동전 던지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투수가 공만 잘 던진다고 삼진왕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야구는 투수 혼자 하는게 아니라 공을 쳐내려고 눈에 쌍심지를 켠 상대방 타자가 있기 때문이며, 상대방 타자는 투수가 무슨 공을 던질지 예측하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고, 투수는 이러한 "상대 타자의 예측"을 예측해서 "상대 타자의 예측을 허물어뜨릴 때" 비로소 삼진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대 타자가 바깥쪽 공을 밀어치기를 잘하는 선수인지, 안쪽 공을 끌어 당겨치기를 잘하는 선수인지, 홈런을 잘치는지 안타를 잘치는지, 이전 타석에서는 어떤 성적과 패턴을 보여주였는지 등 등...상대 타자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상대 타자에 맞춤형으로 약점을 파고 들 수 있는 볼 배합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요약하자면, 투수는 공의 제구력이 좋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머리가 좋아야 하고, 게임이론과 확률통계의 최고수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투수가 공 제구력만 좋고 머리가 나쁘면, 그때는 포수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지겠지요. 포수랑 투수랑 볼 배합 가지고 싸인 주고 받는 모습 방송 중계 많이 보셨지요?)
참고로, 게임이론에서는 각 플레이어가 취할 수 있는 의사결정의 경우의 수별로 각 플레이어간의 페이오프 표를 만들고, 여기에 각 의사결정의 경우의 수별로 확률을 구한 후에, 자신과 경쟁자간에 의사결정에 따른 상호작용을 고려한 효용 혹은 비용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플레이어 상호 간에 의사결정을 바꾸지 않을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을 찾습니다. 말이 어렵지요. ^^; 영화 뷰티풀 마인드가 존 내쉬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인데요, 참고하시기 바라며 더 이상 이론적으로 깊이 들어가지는 않겠습니다. 경우의 수가 많아지면 확률과 기대값 계산을 손으로 하는게 무척 힘이 듭니다만, 요즘은 컴퓨터가 좋아서 이런 내쉬 균형 찾는 계산은 컴퓨터가 해줍니다. 좋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ㅎㅎ
참고로 하나더, 커쇼는 제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투수인데요, 커쇼의 선행에 대한 신문기사가 있어서 아래에 소개하는 것으로 이번 포스팅을 마칠까 합니다.
"어머니로부터 희생을, 엘런으로부터 사랑을 배운 커쇼는 반듯한 길로만 걸었다. 커쇼는 지난 20일 지금은 아내가 된 엘런과 비행기에 올랐다. 아프리카의 오지 잠비아로 봉사활동을 떠난 것. 잠비아는 2010년 결혼한 두 사람의 신혼여행지이기도 하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엘런은 달콤한 신혼여행 대신 따뜻한 봉사여행을 제안했다. 커쇼는 잠비아에서 에이즈에 걸린 11세 소년 호프(Hope)를 만난 뒤 고아원 '희망의 집(Hope's home)'을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 지었다. 커쇼 부부는 매년 시즌이 끝나면 잠비아로 날아가 어린이들과 놀아주며 선교활동을 한다. * 출처: LA중앙일보, 2013.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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