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이랑 삼일절 휴일에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씨의 첫번째 에세이, <이토록 찬란한 어둠> (김문정, 흐름출판, 2021) 책을 읽었어요. 

 

책의 표지에 있는 저자 소개글을 인용해보자면, 김문정씨는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 국내 최초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 ORCHESTRA의 지휘자. 한세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 <명성황후> 건반 연주자로 뮤지컬 음악을 시작한 저자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미스 사이공>, <명성황후>, <맨 오브 라만차>, <에비타>, <모차르트!>, <영웅>, <서편제>, <레베카>, <웃는 남자>, <마리 앙투아네트>, <팬텀>, <광화문 연가> 등 50여 편의 뮤지컬 공연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이라고 말해도 이견이 없을거 같아요. 

 

이토록 찬란한 어둠 (김문정, 흐름출판)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이, '아, 뮤지컬 보고 싶다!' 였어요. 저의 경우 저자 소개란에 나와있는 뮤지컬 중에서 직접 극장에 가서 관람한 것은 하나도 없었구요, <레미제라블>과 <맘마미아>만 영화로 본 정도예요. 이렇게 많은 뮤지컬에 국내에서 공연이 되었다는걸 몰랐기도 했고, 뮤지컬에 미처 관심을 못 가졌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음악과 춤과 연극이 총 망라된 종합예술로서의 뮤지컬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구요. 저자는 "뮤지컬이라는 마법 (Musical, Magical)"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딱 맞는 말 같아요. 코로나 끝나면 온 가족 다 같이 "뮤지컬이라는 마법"을 보고, 느끼고, 즐기러 가고 싶어졌어요! 

 

이토록 찬란한 어둠: 뮤지컬이라는 마법

 

저자의 살아온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미친듯이 몰입해서 프로세셔널하게 하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전문가이자 리더"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뮤지컬 건반 연주자로, 작곡가로, 그리고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확대하고 성장하는 모습, 그 속에서 치열하게 부딪치고 두렵더라도 꿈을 쫒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힘겨워하면서도 주어진 시간 속에서 초집중하면서 성과를 일궈내는 모습, 어느정도 명성을 쌓고 난 후에는 후배들을 위해 없던 길을 닦고 시스템(가령, THE PIT ORCHESTRA)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 등이 나와요.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과정일텐데,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뮤지컬이라는 마법"의 힘에 저자 스스로가 흠뻑 빠져있었기 때문일거예요. 

 

아래의 사진은 저자가 참여한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가 공연한 콘서트 <ONLY>의 한 장면이예요. 비록 이 콘서트를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 전해지는 장면에서 뮤지컬 피트가 오롯이(ONLY) 주인공이 되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연주하는 음악이 풋풋하고 상쾌한 숲 속의 공기를 따라서 전해지는 듯해요. 저자가 "THE PIT"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읽어보면 한 업계의 영향력 있는 리더가 되어 영향력을 행사하는게 이렇게 멋있고 의미있는 일이구나 감명받게 돼요.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를 만든 지 15년 만에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비지니스를 진행할 수 있는 전문 기획사를 세웠다. 이름은 'THE PIT'. 오보에 연주자인 김진욱이 대표를 맡았고 나를 비롯한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단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 회사를 만든 이유는 시스템을 갖추고 싶기 때문이었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나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비정규직 연주자들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 우리 스스로 나서기로 했다. 하늘에서 답이 뚝하고 떨어질 일은 없으니 기약 없이 기다릴 바에 우리기리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보자, 혼자라면 힘든 문제도 함께 움직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다수가 함께하면우리의 의견을 펼 수 있고, 그러면 조금은 아주 조금은 바뀌고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취지였다. 평범한 직장인처럼 4대 보험이라는 혜택도 받고 안정적인 노후를 기대하는 삶을 우리도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싶었다. 2019년 회사를 설립했고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p263)

 

너무 멋있지 않나요?! 

 

콘서트 ONLY, (c)THE PIT

 

저자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추측컨데 아마도 뮤지컬에 대한 애정, 그리고 또 뮤지컬 무대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는 동료, 선후배에 대한 애정에서 였을 것 같아요. 뮤지컬 무대의 밑에 잘 안보이는 곳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곳을 '피트'라고 하는데요, 저자는 "피트, 어둡고 찬란한 우주"라고 표현을 해놨어요. 

 

"오래도록 뮤지컬 음악감독으로서 자리를 지켰던 건 이 일이 늘 새롭고 좋기 때문이었다. 이 세계에 발을 들이고 나니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었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50여 개가 넘는 작품 속에서 내 손끝으로 수많은 음악의 집을 지어왔다. (...) 한 가지 업을 오래, 깊이 해온 입장에서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세상에 알리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의 앙상블을 비롯해 무대 밖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스태프들까지, 공연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존종받고 사랑받기를 바란다. 앞으로 동료들과 함께 뮤지컬을 만들어나가며 지금 여기에서 조금 더 전진해볼 생각이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수 있도록, 이 발걸음이 멈춰 서지 않기를 바라면서." (본문 중에서)

 

 

저자가 '음악감독의 소양'에 대해서 얘기하는 장면 중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바로 '체력'에 대한 얘기를 하는 부분이요. 저도 요즘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체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몸소 느끼고 있거든요. 

 

"그러나 이것 하나는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가장 기본은 '체력'이라고. 매일 세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온몸으로 지휘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좋은 컨디션으로 평정심을 유지해야 일관된 소리를 낼 수 있다. 연주자들과 배우들은 지휘봉의 작은 떨림까지 알아채기 때문에 지휘가 조금만 달라져도 금방 눈치 챈다. 속에서부터 에너지를 채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잘 먹고, 작은 일에도 크게 웃고, 누군가의 단점보다 장점을 찾는 일에 몰두하며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내려고 노력한다. 몹시 단순하지만 이것이 몸과 마음의 체력 모두 단련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본문 중에서)

 

 

김문정씨가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참 인상적이예요.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저자가 그 집의 피아노를 치면서 재미있게 놀았었나봐요. 그런데 그 집 주인 아주머니가 매몰차게 피아노 뚜껑을 닫으면서 피아노 그만 치라고 무안을 주었나봐요. 그 모습을 안쓰럽게 보았던 저자의 어머니가 적금을 깨서 바로 다음날 피아노를 사주셨다는 거예요. 그 피아노로 저자와 동생을 물론 동네 친구들까지 모두 모여 집에서 피아노를 장난감삼아 같이 치면서 놀았다는 거예요. 저자는 그때의 그 경험이 "음악은 같이 하면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 추억이었다고 해요. 집의 피아노로 동네 친구들 앞에서 나름 연주회도 열고, 유희열(네, 우리가 아는 그 유희열)님과 함께 고등학교 때 밴드도 하고, 학교에서 음악 지휘도 했다고 해요. 참 지혜롭고 사랑 깊은 어머니지요?! 어머니가 사주신 피아노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어머니께서 "적금을 깨서 바로 피아노를 사주지 않으셨다면", "동네 친구들이 집에 같이 와서 피아노를 가지고 노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그렇다면 지금의 음악감독으로서의 저자가 있을 수 있었을까 싶어요.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는 좋아하는 분야의 대모께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쏙 빠질수밖에 없을 거구요, 뮤지컬에 관심이 없었던 분이라면 이참에 뮤지컬의 매력에 쏙 빠질거예요. 그러니 모든 분에게 추천해요. 비단 뮤지컬 주제 뿐만이 아니라 사람사는 이야기 (딸로서, 엄마로서, 선생님으로서, 선배로서, 동료로서, 후배로서...) 에 사람의 향기가 물씬 뭍어있어요. (책 읽다가 어느 부분에선 눈물 흘리기도 했어요... ㅜ_ㅜ)  그리고, 딸을 가진 부모님들에게는 "딸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여성으로서 역할 모델"로도 이 책의 저자 김문정씨의 스토리가 큰 울림이 있을 것 같아요. 

 

"이토록 찬란한 어둠", 책도 보고, 코로나 잠잠해지면 "뮤지컬"도 보러가면 행복 만땅일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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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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