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행동을, 조직의 문화를 바꾸고 싶은 분이라면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평가와 보상체계" 입니다.  경제학자들도 주목하는 주제이고, 경영자들과 관리자들도 매년, 매월 고민하는 주제입니다.

 

이는 사실 '인과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기도 하고, 사람의 심리와 관련이 있기도 해서 이번 블로그를 통해 이 주제를 깊이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제가 이 주제를 다룰 만큼 내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다만, 왜 '평가와 보상체계가 중요한가?'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사례들을 몇 개 모아보았습니다.

 

 

 

 

 

먼저 Dell社의 고객 서비스 부서에서 있었던 '잘못된 평가체계' 사례입니다.  측정하기 쉬운 '양적인 지표'에 매몰될 경우 불러올 '질적인 재앙'에 대한 내용입니다.

 

"델은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들에게 하루에 처리한 전화 응대 건수에 근거해서 보상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문제가 생긴 고객이 상담원과 통화하기 위해 몇 번씩 다시 전화를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통상 대기 시간이 30분 가까이 걸리게 되었다.


(중략)  게이트웨이는 고객 상담원들의 임금을 하루에 처리한 콜 건수에 따라 지불했다. 고객서비스 처리에 긴 시간을 소비한 상담원들은 그들에게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자 고객의 전화를 빨리 끊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화선이 이상한 것처럼 가장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큰 비용이 소요되는데도 아예 그냥 새 부품이나 컴퓨터를 보내주기도 했다. 결국 한때 업계 최고 수준이던 게이트웨이의 소비자 만족도는 평균 이하로 떨어졌고, 설상가상으로 많은 고객들이 친구나 가족들에게 게이트웨이를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친구나 가족 등의 추천을 통한 매출은 한때 총매출대비 50퍼센트에 이르렀으나 이후 30퍼센트 내외로 떨어졌다."


(*출처: 마케팅 집중 강의, 윌렘 버거스 지음, 윤성호 옮김, 미래의 창)

 

(*그림출처: http://pann.news.nate.com/info/250408578)

 

 

 

"평가와 보상체계"가 만들어지고 announce 가 되고 나면,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 조직, 고객이 꼭 생기게 마련이지요.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하지 않으려면 '평가와 보상체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다시 한번 꼼꼼하게 (악용하려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으로 검토해볼 일입니다. '쥐를 사육'하는 민간 기업, 기발하지요? ㅋㅋ

 

"인도 정부가 쥐 가죽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자 민간 기업들이 쥐를 사육하였다."


(*출처: 당근과 채찍, 이언 에어즈 지음, 이종호.김인수 옮김, 리더스북)

 

 

 

 

 

"평가와 보상체계"라는 것이 항상 비용이 많이 드는 것만은 아닙니다.  반대로, 어떻게 "평가와 보상체계"를 짜느냐에 따라서 비용 대비 효과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넛지(Nudge)"라는 책이 회자되던 때가 있었는데요, 조그마한 "평가와 보상체계"의 변화가 큰 Output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영국에서 호주로 호송되던 죄수는 영국의 어느 관료가 앞으로는 '살아서 도착한 죄수의 수'에 따라 호송비를 지급하겠다'고 보상정책을 바꿈에 따라 목숨을 살렸을 테고, 그 자손들이 현재 호주에 여럿 살고 있겠지요?

 

"영국이 1788년부터 식민지였던 호주로 죄수를 호송할 때 일이다. 호주까지 무려 25,000킬로미터를 호송하는 동안 사망자가 너무 많았다. 심지어 한 호송선은 죄수 424명 중 158명(37.3%)이나 사망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영국 정부는 죄소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식량과 의약품을 더 공급했다. 그러자 선장들이 중간에 착복해 호송 비용만 더 불어났다. 호송선마다 감시관을 파견해도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
영국 정부는 고민 끝에 묘안을 찾아냈다. 선장에게 지급하는 호송비 계산 방법을 단순히 죄수 숫자가 아니라 '살아서 도착한 죄수' 숫자를 기준으로 하도록 살짝 바꾼 것이다.
그러자 선장들은 정부가 시키지 않아도 죄수들 건강에 신경을 썼다. 그 결과 1973년 422명을 호송하는 동안 사망자는 단 1명 뿐이었다. 큰 비용이나 규제, 감시 없이도 선장의 욕심을 이용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출처 :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오형규 지음, 한국문학사)

 

 

 

 

 

보상 혹은 처벌 체계가 참 미묘합니다. 사람의 심리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이 1차원적으로 if xxx then xxx 식으로 보상 혹은 처벌을 하게 되면 자칫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대로된 기획도 중요하고, 지속적인 평가와 피드백(소기의 목적대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도 중요합니다.  아래의 이스라엘의 어느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처벌'의 부작용 사례를 보시지요.

 

 실험의 첫 4주 동안 경제학자들은 학부모 중에서 몇 명이나 늦게 도착하는지를 기록했다. 그리고 다섯번째 주가 시작되기 전에 탁아소의 양해하에 다름의 안내문을 고지했다.

 

[공지사항] 지각할 경우 벌금이 부과됩니다. 탁아소의 공식 폐원 시간은 16시입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사설 탁아소당국의 승인으로) 자녀를 폐원 시간 이후에 데리러 오는 학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 일요일을 기해서 16시 10분 이후에 아이를 데리가는 경우 NS10이 부과됩니다. 이 벌금은 월 단위로 계산되며, 정기 교육비와 함께 매달 지불되어야 합니다.

                                                                                       - 탁아소 관리인 알림

 

 그니지와 루스티치는 이 벌칙금 배후에 "어떤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경우 그 특정 반응은 감소될 것이다"라는 이론이 함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범칙금이라는 좌절 요인이 생기면 학부모가 탁아소에 늦게 도착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험결과는 딴판이었다. "벌금이 도입된 후에 늦게 오는 학부모의 수가 꾸준히 늘어났다. 마침내 일정비율이 고정되었는데, 그 비율은 벌금이 도입되기 전보다 훨씬 높았으며 구체적으로 거의 두 배에 달했다"고 연구자들은 보고한다.

 해리 할로우가 머리를 긁적였던 것처럼 이들도 기존 연구로는 이 결과를 설명할 수 없었다. 사실 "처벌받을 행동이 증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아예 고려의 대상도 아니었다."

 

(* 출처 : 드라이브 (Drive), 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 다이엘 핑크 지음, 청림출판)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회사가 '상대평가'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3~5개 정도의 등급으로 구분하고, 각 등급별로 강제로 구성비율을 할당하게끔 해놓았으며, 조직별, 또 개인별로 그 등급 비율에 맞게 상대적으로 평가를 해야만 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평가/보상 체계 하에서는 '조직 간 원활한 협업', '정보공유와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조직 간 협업' 지표를 평가지표로 추가하는 묘수가 있다고요????) 

 

회사 다니는 분들은 피부로 느끼실 것 같습니다. 그쵸? 

 

 

애덤 그랜트가 지은 'GIVE and TAKE' (부제 :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 책에 보면 '개인'과 '조직/팀' 평가와 보상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2가지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하나는 병원 외과의사, 또 하나는 투자자문기관 증권 분석가 사례인데요, 좀 길지만 아주 인상깊은 사례이기에 전체 내용 소개합니다.

 

[ (1) 외과의사 사례 ]

 

 연구를 진행한 로버트 허크먼과 개리 피사노 교수는 외과 전문의가 수술 경험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는지 조사했다. 미국의 경우 외과의사는 보통 여러 병원에서 시술한다. 허크먼과 피사노는 심장외과 전문의 203명이 각기 다른 마흔 세 개 병원에서 2년간 집도한 수술 3만 8,577건을 추적 조사했다. 이때 연구진은 환자 중 평균 3퍼센트가 수술 중에 사망하는 관상동맥우회로 이식술에 초점을 맞췄다.

 자료를 분석한 허크먼과 피사노는 놀라운 패턴을 발견했다. 전체적으로 외과 전문의는 수술을 거듭해도 실력이 나아지지 않았고, 자신이 근무하는 '특정 병원'에서 시술할 때만 더 좋은 결과를 냈다.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시술하면 환자의 사망률이 1퍼센트 떨어졌지만, 다른 병원에서 시술하면 사망률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다른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의사들의 관상동맥우회로 이식술 실력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강점과 약점, 습관 및 수술 방식을 잘 아는 간호사나 마취과 의사들과 함께할 때 더 익숙하게 솜씨를 발휘할 뿐이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그 익숙함은 다른 병원으로 가져갈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려면 외과의사가 수술팀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 (2) 투자자문기관 증권 분석가 사례 ]

 

  허크먼과 피사노가 병원 자료를 수집하느 ㄴ동안 하버드대학의 한편에서는 금융 분야에서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다. 투자은행에서 일한ㄴ 증권 분석가는 수익을 예측하고 특정 회사의 주식 매수 전략을 금융회사에 조언한다. 스타 분석가는 누구와 함께 일하느냐와 관계없이 자기 뜻대로 능력을 발휘할 만한 뛰어난 지식과 전문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중략...)

 보리스 그로이스버그는 이 가정을 확인하기 위해 9년 동안 서로 다른 일흔여덟 개 회사에서 일한 주식 및 고정수익증권 분석가 1,000명 이상을 조사했다. (...중략...) 그로이스버그 연구팀은 분석가가 회사를 옮겼을 때 실적이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했다.

  흔히 스타 분석가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연구 결과 실적은 갖고 다닐 수 있는게 아니었다. 스타 분석가가 다른 회사로 옮기면 실적이 떨어지고 최소 5년 이상 그 상태에 머물렀다. 이직 첫해에 1위를 차지할 확률은 5퍼센트 줄었고, 2위를 차지할 확률은 6퍼센트 낮아졌으며, 3위를 기록할 확률도 1퍼센트 떨어졌다. 반대로 순위에 들지 못할 확률은 6퍼센트 상승했다. (...중략...)  그로이스버그 연구팀은 프렌켈이나 업계 관계자가 믿는 것과 달리 "스타 분석가를 고용하는 것은 분석가의 실적으로 보든 회사의 시장 가치로 보든 좋은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 어떤 스타 분석가는 회사를 옮기고도 계속해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들은 자기 팀과 함께 회사를 옮겼다!

 

* 출처 : 'GIVE and TAKE'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 Adam M. Grant, 2013

 

 

'스타 플레이어', '하이 퍼포머'에 대해서 '자기 혼자 잘나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팀플의 위력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평가와 보상체계가 '국민'들의 행동도 바꿀 수 있을까요?  '선거 투표'에 대한 유시민 전 장관의 '복권' 아이디어가 재미있으면서도 실제 적용하면 효과가 있을 것 같기도 해서 인용해봅니다.  '투표도 하고, 복권 당첨 기대도 하고...도랑치고 가재 잡는' 아이디어인거 같은데요, 이거 당장 내년 대선에 도입해보면 좋겠습니다. ^^

 

* 이미지 출처 : http://news01.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1209612

 

 

* 이미지 출처 : http://news01.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1209612

 

 

평가와 보상체계 관련해서 재미있는 사례 몇개 모아보았습니다.

 

어떻습니까? 차분히 생각해볼만한 값어치기 있는 주제같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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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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