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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30 [책] 『행동경제학』 (Behavioral Economics), 도모노 노리오 지음

'경제를 움직이는 인간 심리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행동경제학』 (Behavioral Economics), 도모노 노리오 지음, 이명희 옮김, 지형

 

 

 

 

오늘 오전까지 해서 다 읽었네요.

아, 어쩜 이리 재미있을 수가요!

 

사실 재작년에 서울대 최인철 교수님의 책 『프레임』을 읽었던적이 있어서 대략 '최 교수님 책 프레임 ±α' 려니 생각하고 큰 기대는 안했었는데요, 막상 읽어보니 넘 재미있네요.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프린스턴 대학의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예요.

그런데요, 이분이 경제학과 교수가 아니라 심리학과 교수예요. 심리학과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거지요.

 

이 심리학과 교수님이 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냐?

아담 스미스 이후로 '가정'해 온 '경제적 인간', '합리적 인간' 像이 실제 현실 세계와는 맞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보였기 때문이예요.

 

이성적으로 계산하고, 이기적으로 선택해서, 개인의 효용을 최대화하고, 이런 선택을 항상 일관성있게 하고, 감정에는 전혀 휘둘리지 않으며, 아무리 어려운 계산도 척척 계산해내고, 현재 일이든 앞으로의 미래 일이든 동일한 가치 기준을 들이대서 선택하고, 상황이나 맥락에 좌우되는 바이어스없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줄 아는 인간, 바로 호모 이코노미쿠스!  바로 이 호모 이코노미쿠스에게 똥침을 제대로 쏜거지요.

 

이 책의 저자 도모노 노리오 교수는 그렇다고 앞으로 '이성'은 No, '감정'만 Yes 식의 단순무식한 대반전을 주장하는건 아니구요, '이성과 감정의 댄스'로 표현하고 있네요.  '이성'과 '감정'의 균형을 잡아 인간에 대해 좀더 현실적으로 이해해보자는 쪽이예요. 저도 동감입니다. 분명 인간에게 '이성' 측면도 중요하고, 대신 그동안 '감정'을 무시해왔는데 이쪽을 앞으로 같이 조명해보자는 거니까요.

 

윤리에 관한 감정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학자인 조너던 하이트(j. Haidt)는 감정이 머리이고, 합리성은 꼬리에 불과하다고 까지 주장하고 있는데요, 좀 꼽십어봐야 할 대목이네요.  영화 '인셉션' 보고 나서 '무의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있는 참이라서요. ㅎㅎ

 

이 책에는 아주 다양한 '실험'들이 나와요.  이게 읽는 재미를 솔솔 부추겨줍니다.

한번 같이 풀어보세요. 몇 개 인용해 보자면요,

 

'확률 이해의 어려움'이라는 내용에서는요,

 

집 근초에 새로 한 가족이 이사를 왔다. 아이가 2명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들인지 딸인지는 모른다.

 

(문1)  이웃집 부인에게 '딸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대답은 '네'였다. 다른 한 아이도 딸일 확률은 얼마인가?

 

(문2) 이웃집 부인에게 '큰 아이가 딸입니까?'라고 물었더니 대답은 '네'였다. 또 한명도 딸일 확률은 얼마인가?

 

(문3) 이웃집 부인이 딸을 1명 데리고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한 명의 아이도 딸일 확률은 얼마인가?

1번, 2번, 3번 문제가 비스그리무리한게 그게 그거 같고... 헷갈리시죠? 

3분 시간 드릴테니 고민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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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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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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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1번) 1/3       (2번) 1/2      (3번)  1/2

 

'경제적 인간'이라면 확률 계산을 척척 해내야 할텐데, 간단 계산 '휴리스틱'을 사용하는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인간'은 실제 확률 계산에 아주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어렵죠?

 

손실은 똑같은 금액의 이익보다도 훨씬 더 강하게 평가한다는 손실회피성(loss aversion)은 이미 상식적으로 많이 알려진 사실일 듯 하네요.

 

처음 준거점이 어디냐, 그리고 이 준거점을 기준으로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서 '공정성' 평가와 선택의 내용이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든지, 보유하고 있는 물건이나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바이어스가 있다든지 하는 내용이 눈에 쏙쏙 들어오네요.

 

사례 하나 더 소개하자면,

 

● case1. 어떤 소기업에 여러 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다. 그들의 임금은 그 지역에서는 평균 수준이다. 최근 실적이 이전보다 좋지 않다. 경영자는 임금을 10% 정도 내리기로 했다.

 

☞  수용할 수 있다 39%,  불공정하다 61%

 

 

 

● case2. 어떤 소기업에 여러 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매년 임금의 10% 정도가 보너스로 지급되었다. 그들의 임금은 그 지역에서는 평균 수준이다. 최근 실적이 이전보다 좋지 않다. 경영자는 금년부터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 수용할 수 있다  80%,   불공정하다 20%

 

위의 사례를 보니 어떠세요?  (세금효과 미고려 시) 실질 소득은 같음에도 불구하고 준거점이 어디냐에 따라서 한쪽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고, 또 한쪽은 수용할 수 있다가 더 많지요. 이거 완전 조삼모사잖아요.  경영자이든, 마케터든, 인사담당자이든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아시겠지요?  

 

 

프레이밍 효과도 아주 재미있어요. 문제의 표현방법, 사고의 틀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레임'을 어떻게 던져주느냐에 따라서 답변이 틀려져요. 

 

(질문1)  미국 정부는 아시아에서 발생한 희귀병으로 600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 질병을 박멸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 2개의 프로그램이 물망에 올랐다. 어느 쪽이 더 희망적인가. 이 병의 생사에 대한 확률은 과학적으로 정확하다. 다음의 선택 대안에서 당신은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A: 200명은 살린다  [응답 비율 -> 72%]

B: 600명 모두가 살 수 있는 확률 1/3, 모두 살 수 없는 확률 2/3 [28%]

 

 

 

(질문2)  (문제의 설정은 위와 같다)

 

C: 400명이 죽는다  [22%]

D: 모두 사망하지 않을 확률 1/3, 600명이 모두 사망할 확률 2/3   [78%]

 

이 문제가 프레이밍 효과에 대한 최초의 예로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제시해서 유명해진 '아시아의 질문 문제'라고 하는군요.  결국 내용은 같은데 표현 방법, 즉 프레임만 살짝 바꾸었더니 답변이 정반대로 바뀌었어요.  이게 바로 사람입니다.  결국은 같은 문제에 프레임을 달리했더니 답변이 다른 모순된 인간.  더욱 놀라운 것은 트버스키와 카너먼이 이 실험이 끝난 후 선택이 일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험자들에게 알려주었다고 해요. 그런데도 여전히 실험참가자의 선택은 바뀌지 않았다고 하는 군요. 하여간 똥고집 하고는.... 이게 인간이예요. ^^;  

對 고객 communication 담당하는 마케터, 홍보전문가, research 전문가라면 반드시 이 책 읽고서 자신의 업무 영역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곱씹어 보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각 나라별 장기기증자의 비율이 크게 다른 이유가 '초기값(디폴트 값) 효과' 차이라고 하네요. 이 내용은 리처드탈러의 '넛지(Nudge)' 책에서도 나온 내용이군요.

 

이 밖에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아주 많은 시사점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책이예요.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 휴리스틱(heuristic)과 바이어스(bias), 심적회계라든지, 매몰비용에 얽매이는 심리라든지, 선택대안이 너무 많으면 결국 결정할 수 없다는 실험결과라든지, Peak End 효과라든지...

 

저는 특히 '제8장. 타인을 돌아보는 마음 - 사회적 선호' 편에서 '신뢰'와 '사회적 협력'에 대해서 다루는 장이 이 책을 통해서 특히 큰 도움을 받은 부분이예요.  지난달에 칼럼 쓰려고 'CRM과 신뢰'에 대해서 키워드들 정리하면서 풀지 못했던 고리들 중 빈 부분을 채울 수 있는 힌트를 얻었거든요.

 

책 리뷰가 자꾸 길어지네요. 

이 책에 소개된 내용 중 아주 인상적인 내용 두개 소개하는 것으로 리뷰 글 마칩니다.

 

case1. 최종제안 게임에서는 2명의 참가자(제안자와 응답자)가 있다. 제안자는 초기 금액(예를 들면, 1000원) 중 임의의 금액(예를 들면 300원)을 응답자에게 건네준다는 제안을 한다. 그 다음 응답자는 그 제안을 수락할지 거부할지를 결정한다.

 

  많은 실험결과에서 공통된 사항은 제안자의 평균적인 제안액은 45% 전후이며, 최대치는 50%이다. 또한 30% 이하의 제안 중 반 정도는 응답자에 의해 거부되었다.

 

유일한 예외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힐과 샐리가 실시한 자폐증 환자를 실험참가자로 정해 시행한 최종제안 게임 실험이다. 제안자가 된 자폐증 환자 중 대략 3분의 1은 제로의 금액을 제안했다. 자폐증 환자는 타인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는 특징이 있고, 응답자가 거부할지 말지를 대부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얄궂게도 이것이 경제적 인간의 행동예측에 가장 잘합치되는 예이다. (p263~p264)

 

 또한 M.Hsu 등은 안와전피질에 손상을 입은 사람에게 동일한 선택실험을 실시했는데, 그들은 모호한 상황과 리스크 상황에서 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얄궂게도 그들의 행동이 주류경제학이 전제로 하는 기대효용이론의 예측과 가장 잘 합치된 것이다.

 

그동안의 주류경제학에서 '가정'해 왔던 '경제적 인간'이 '자폐증 환자' 또는 '뇌의 안와전피질 손상 환자'와 아주 잘 일치된다고 하네요.  경제학, 심리학, 뇌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행동경제학'의 세계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로 충분하겠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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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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