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서 컨설팅 CEO 니콜라스 카가 지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원제: The Shallows) 을 읽었습니다. 

 

 

영어 원제목은 "The Shallows" 로서, 'Shallow'가 "얕은", "피상적인"이라는 뜻이므로 한글로 해석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잘 어울린다고 하겠습니다. 

 

영어 부제는 "The Shallows: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인데요, 대략 예상은 하셨겠지만 인터넷이 우리의 뇌를 생각하지 않는, 피상적으로만 얕게 생각하는 뇌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 책의 핵심 내용이 되겠습니다. 

 

저자는 인터넷 시대를 대표하는 핵심회사로 구글을 지목하면서 구글이 주장하고 지향하는 '선한' 미션인 "세상의 정보를 조직하고 이를 광범위하게 접근 가능하고 유용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는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주요 수익모델이 광고(ADsense 등)에 있다보니 구글로서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구글에 자주 접속하고 사용하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보완재로서 무료 혹은 매우 저렴한 인터넷 컨텐츠, 사용도구 애플리케이션 등을 제공하는 것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구글의 광고 플랫폼에 의해 집행되는 광고로 사용자들이 눈을 돌려 클릭을 하기를 바란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구글이 제공하는 막강한 검색 서비스와 그밖의 다양한 무료 서비스들이 우리에게 선물인지 저주인지 잘 평가해보라고 권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구글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구글을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서비스들이 대부분 무료이다보니 구글이 없었을 때보다 정보에 대해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접근권을 제공해주었다는 측면에서는 구글의 공로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자의 주장처럼 구글로 대표되는 인터넷 서비스 들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귀기울엽봐야겠지요.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셜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유명한 말 있죠)에서 시작해서, 뇌 과학의 이론 중에 "뇌의 가소성"(뇌는 태어나고 나서 어느 시간이 지나면 고착,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상황, 자극에 노출이 될 때마다 계속 새로 생성/기존 뉴런들의 강화/ 혹은 자극을 안 받는 뉴런의 퇴조의 변화 과정을 거친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구텐베르크 이전의 필사의 시기와 구텐베르크 이후의 인쇄술 혁명에 따른 책의 보급 확대가 가져온 독서의 양상의 변화("고요한 가운데 진득하게 집중해서 책을 읽고 사색하는 것이 대다수의 인간 뇌에 영향을 미치고 안착하기 시작한 것은 구텐베르크 이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과학과 역사를 아우르면서 시대적인 변천사와 현 시대에서의 맥락을 짚어보는 것의 유용함, 중요성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저자의 박식함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 자신의 하루, 일상을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출퇴근 길에서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뉴스 보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페친들 글도 읽고, 카톡과 밴드의 메신저도 푸시 알람이 울릴때마다 확인하며, 회사 가서는 이메일을 수시고 체크하다가 일 하는 중이었음에도 급한 이메일이면 하던 일 멈추고 답장하고, 업무 관련 자료를 구글링 하다가 하이퍼링크의 홍수 속에서 자료 스크린닝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스고딘은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휘귀한 자원은 "시간(Time), 관심(Attention)"이라고 했었는데요, 인터넷에 둘러싸인 우리들의 환경 속에서 "주의를 집중한 차분한 시간, 한가지에 관심을 집중한 몰입의 시간" 만큼 휘귀한 것이 또 있을까 싶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기억력에 대해서도 챕터를 한장 할애하고 있는데요,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저의 기억의 일부분을 아웃소싱하다보니 기억력에도 분명 제 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전화번호를 이제는 서너개 밖에 기억 못하거든요. 창의력, 상상력이라는 것이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유에서 변형, 연결, 편집, 치환, 이종교배, 다른 분야에의 적용' 등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면 뇌의 저장 공간에 차곡차곡 쌓아놓지를 않고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어딘가에 저장을 해놓는데에만 의존을 하게 된다면 비단 기억력 뿐만이 아니라 창조력에도 영향이 있겠지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우선은 제가 중독이 좀 되었다고 생각하는, 저의 시간의 많은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페이스북 모바일 앱을 삭제하였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기로 했고, 대신 종이책을 다시 집어들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름 휴가 기간 동안에는 차분히, 조용한 가운데 책읽기의 즐거움에 빠져보기로 하였습니다. 

 

ps. 저자는 종이책에 대해 전자책이나 인터넷 글 보다는 좀더 우호적인 입장인 듯한데요, 아마존에 들어가서 검색해보니 Kindle Edition 도 나와있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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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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